[성명] 수능 서·논술형 논의,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의 권리부터 보장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교육의 혁신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교원이 그 생각을 읽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은 수능 개편 논의에서 장애학생의 공정한 응시권과 장애인교원의 수업·평가 참여권을 보장할 구체적인 조건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수능 서·논술형 도입은 아직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8월 특정 문항 비중을 검토한다는 보도를 반박했고, 9월 7일에는 개별 의제의 국가교육발전계획 포함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유출 초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도의 틀이 정해진 뒤 편의지원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배제를 막기 어렵다. 도입 여부와 방식을 논의하는 지금부터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의 참여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국교위 8월 설명자료, 9월 7일 설명자료)

정당한 편의제공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제11조와 제14조에서 각각 고용과 교육 영역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학생의 역량이 드러날 평가 환경과 교원이 동등하게 수업·평가를 수행할 노동 조건을 마련하는 일은 교육 당국의 책무다.

시험을 준비하는 교실에서부터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학생이 자신의 관점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려면, 이를 배우고 연습할 기회부터 보장해야 한다. 장애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교재와 수업, 글을 쓰고 개별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학교 안에 갖추어져야 한다. 평가 준비를 학생과 가정의 개별 부담으로 남겨 두지 않도록, 공교육이 수업과 평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애유형과 학생의 언어·학습 경험에 따른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수어를 주된 언어로 사용하는 농학생에게는 수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고려한 글쓰기 지도와 의사소통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어로 글을 표현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사고력의 부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적장애를 비롯한 발달장애학생의 다양한 학습 목표와 표현 방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입 평가의 변화가 특수교육의 목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살피고, 특정한 답안 작성 방식 때문에 학생의 배움과 진학 기회가 좁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를 읽는 것과 답안을 완성하는 것은 다르다

현행 수능에도 시험시간 연장 등 편의지원이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답안을 구상하고 작성·수정하여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화면낭독기로 긴 지문과 답안을 오가며 문단을 고치는 과정, 상지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학생이 장시간 글을 쓰거나 입력하는 과정에는 서로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 초안을 작성할 공간부터 답안을 검토할 수단까지 갖추었는지 살펴야 한다. 기존 시간 연장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으로 새 평가 방식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교원도 평가의 주체다. 수능 개편을 검토한다면 학교의 수업과 평가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학생의 손글씨 답안을 읽고 채점하는 일, 토론과 발표를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일에 필요한 정보 접근과 의사소통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원을 평가 업무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읽기·입력 등 접근을 지원하는 인력과 교과적 판단을 내리는 교원의 역할을 구분하고, 교원이 평가의 책임을 다할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장교조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장애학생이 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학습 지원을 책임지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이에 맞는 편의지원 기준을 마련하라. 접근 가능한 학습자료와 장애 특성을 고려한 글쓰기 지도·피드백을 제공하고, 생각을 구상해 답안을 작성·수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작성 수단을 보장하라.

둘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장애인교원이 서·논술형 수업과 평가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접근 가능한 교원 연수와 수업·평가 자료를 제공하라. 학생의 글쓰기를 지도하고 답안을 읽으며 수업 중 활동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인력의 고용과 배치를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 장애인교원이 지도와 평가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라.

셋째,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는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을 평가제도 설계의 주체로 참여시켜라. 제도를 정한 뒤 의견을 묻는 데 그치지 말고, 당사자가 직접 응시하고 수업과 평가를 수행하는 시범운영으로 편의지원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그 결과를 도입 여부와 방식에 반영하라.

이러한 권리 보장은 미래의 수능 개편까지 미룰 과제가 아니다. 현재의 학교에서 이뤄지는 평가와 대학별 논술·면접에서도 필요한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장애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장애인교원이 교육과 평가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공정한 평가다. 장교조는 장애를 이유로 배움과 가르침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교육공동체와 함께 행동할 것이다.

2026년 9월 16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