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와 함께한 창립 7주년, 「함께하는 장날」을 잘 마쳤습니다

2026년 7월 25일(토), 일곱 번째 「함께하는 장날」이 여의도에서 열렸습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이 올해로 일곱 돌을 맞았습니다. 낮에는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교원 전문성 향상 연수를, 저녁에는 도보로 이동해 창립 7주년 기념 전국 조합원 대회 「함께하는 장날」을 이어 간 하루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과 후원회원, 반가운 얼굴의 외빈들까지 50여 분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 이룸센터에 세워진 「2026 장애인교원 공감 소통 워크숍」 안내 배너. 일시와 장소, 주관 기관이 적혀 있다.

📚 두 해째 이어진 교육부 지원 연수

오전 10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2026 장애인교원 공감 소통 워크숍」이 문을 열었습니다. 중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고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후원한 연수로, 지난해 처음 실현한 국가 지원 연수를 2년 연속 이어 가게 되었습니다. 한 해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정례 사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1부 전체 강의는 「교직 내 다양한 어려움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권리옹호」를 주제로 장교조의 자문 변호사이기도 하신 이정민 변호사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교육활동 침해의 법적 정의부터 침해 유형별 조치, 신고 의무와 교권보호위원회 절차, 그리고 실제로 교원이 받을 수 있는 보호조치까지 차근차근 짚어 주셨는데요. "이게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일이 맞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막상 일이 닥치면 헷갈리는 지점들을 사례와 함께 풀어 주셔서 질의응답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 참석자가 마이크를 들고 강사에게 질문하고 있다.

오후에는 미리 선택한 분과로 나뉘어 2부가 진행되었습니다. 「지원 인력과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실제 노하우」는 대담 형식으로 꾸며졌습니다. 편도환 정책실장의 진행으로 박병찬(안산 신길초), 배다은(대구고), 김필우(서울정인학교) 선생님이 각자의 경험을 풀어놓았는데요. 지역마다 지원 인력 제도의 형태가 다르고 선생님마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서,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지원 인력을 뽑을 때 무엇을 보느냐는 물음에, 한 선생님은 장애 학생과 함께한 경험이 있는지와 "다른 선생님이 업무를 부탁하면 어떻게 하시겠느냐" 같은 상황 질문을 던진다고 했고, 다른 선생님은 "내가 A를 요청했을 때 B가 맞다고 생각하더라도 A를 해 줄 수 있는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과잉 친절한 분보다 요청한 것을 흔쾌히 해 주는 분이 편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수업은 교사가 주도하되 생활지도의 결과는 반드시 교사에게 보고받는다는 원칙, 회식이나 친목회에 지원 인력과 함께 갈 때 회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현실적인 고민도 오갔습니다. 서울은 2년을 넘기기 어렵고 경기는 주 40시간 제한 탓에 현장학습이나 수련회에서 지원이 끊긴다는 지역별 제도 차이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진행을 맡은 편도환 정책실장은 세 분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나에게 제공되는 정당한 편의를 나에게 맞춰 지원할 수 있는가"였다고 정리했습니다.

▲ 「지원 인력과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실제 노하우」 대담. 네 명의 발표자가 원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또 다른 분과에서는 강지연 강사와 함께 「갈등관리를 통해 동료 교직원·실무사·관리자와 함께 일하는 협력 관계 형성하기」를 다루었습니다. 참가 신청 때 미리 받아 둔 기질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극 추구·인내력 같은 기질별 특성이 학교 안 소통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상대의 기질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3부는 장애 유형별 분과로 이어졌습니다. 「청각장애 교원과 함께하는 UDL」 분과에서는 이소영·이수형 선생님이 통합체육과 보편적 학습설계(UDL) 수업 사례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체육 시간에만 갑자기 아픈 학생"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해, 배경지식도 운동 능력도 제각각인 교실에서 어떻게 공평한 출발점을 만들 것인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배리어프리 전시 기획, 우주를 주제로 한 학생 작품처럼 실제 수업에서 나온 결과물도 소개되었습니다.

시각장애 분과에서는 김헌용 위원장이 「시각장애인 교사의 업무 자동화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챗봇과 AI 에이전트는 어떻게 다른지, 문서 파싱이 무엇인지 같은 개념을 먼저 정리한 뒤, 노트북에 챗GPT 앱을 설치하고 폴더를 지정해 공문을 요약해 보는 실습까지 함께했습니다. 엑셀에서 한글이 깨졌을 때 인코딩을 어떻게 다루는지처럼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내용도 다루었습니다.

지체·뇌병변장애 분과는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이 「모두의 학교, 학교 접근성 현실과 가능성」을 주제로 맡았습니다. 접근권은 시설접근권·이동권·정보접근권으로 나뉘는데 정작 이 셋을 관장하는 법과 부처가 모두 따로라는 점, 2022년 이후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넓어지고 2025년에는 바닥면적 기준까지 폐지되었지만 기존 건물이 빠져 있어 동네 음식점에 휠체어로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은 그대로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본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경사로 설치 비중이 10퍼센트 남짓이라는 조사 결과를 함께 살피며, 우리 학교에는 장애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는 제안으로 강의를 맺었습니다.

▲ 「청각장애 교원과 함께하는 UDL」 분과. 발표자가 화면 옆에서 수업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일곱 번째 생일을 함께 찍었습니다

사진은 누리홀 앞에서 다 함께 찍은 모습입니다. 「창립 7주년 전국 조합원 대회 함께하는 장날」 현수막을 펼쳐 들고,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한 화면 안에 담겼습니다.

▲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창립 7주년 전국 조합원 대회 함께하는 장날」 현수막을 들고 찍은 단체 사진.

🎈 저녁, 여의도에서 이어진 장날

오후 5시에 연수를 마치고, 도보 거리의 여의도 백년찌개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좌식을 배제하고 휠체어로 드나들 수 있는 곳, 화면과 마이크를 쓸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미리 답사한 후 고른 장소였습니다.

착석과 동시에 한우육회와 맥주가 테이블에 올랐고, 5시 30분 정각에 기념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김소라 전 경증 부위원장과 이준수 재정국장이 공동으로 진행을 맡았는데요. 두 분 특유의 활기찬 진행이 아침부터 이어진 긴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걷어 냈습니다. 주고받는 농담에 웃음이 이어졌고, 박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행사가 물 흐르듯 흘러갔습니다.

행사 내내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이 함께했습니다.

▲ 개회 순서를 양팔을 벌려 통역하는 수어통역사.

▲ 문자통역사가 노트북으로 실시간 자막을 입력하고 있다.

🚩 지난 1년, 장교조가 걸어온 길

김헌용 위원장이 지난 1년 동안 장교조가 걸어온 길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3월 31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 개정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 12월 8년 만에 이루어진 대전시 조례 개정, 각 지역 인사관리규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4월 조사 결과를 차례로 발표했습니다. 조합원 117명이 참여한 근로지원인 실태조사에서는 대체인력이 없다는 응답이 92.6%, 휴가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4.9%로 나타났다는 지난 보도자료 내용도 언급했습니다. 대체교과서 헌법소원 참여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국가인권위원회 한국·뉴질랜드 세미나 발표를 비롯한 국제 연대, 사단법인 무의와의 업무협약과 「모두의 학교」 탐사대 시즌 2까지, 숨 가빴던 한 해를 소개했습니다.

위원장은 지부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며 "지부가 없었다면 장교조의 많은 성과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한겨레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대상 수상에 대해서는 "개인이 수상한 상이 결코 아니라 장교조가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상"이라며 상금 100만 원을 조합에 기부한 사실을 알렸고, "8주년이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라는 인사로 발표를 맺었습니다.

▲ 김헌용 위원장이 「장교조가 걸어온 길」 슬라이드를 넘기며 발표하고 있다. 옆에서 수어통역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 함께 걸어온 분들의 축하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이 저녁 자리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고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딸이 초·중·고 12년 동안 겪은 접근성 문제를 이야기하며, 학생과 교사가 학교의 휠체어 접근성 데이터를 직접 모으는 「모두의 학교」 활동이 올해 아름다운가게의 지원으로 30개 학교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는데요.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고, 9월에는 국회에서 학교 접근성 향상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모아 온 정보를 어떻게 이어 갈지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천경호 회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주셨습니다. 어렵사리 구해 온 꽃다발을 건네주시며, 창립 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장교조의 무궁한 발전을 응원하겠다고 인사해 주셨습니다.

▲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강경숙 의원과 김문수 의원은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 강경숙 국회의원이 의원실에서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화면 아래 「마음만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보인다.

▲ 김문수 국회의원이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화면 아래 「장애인 교원의 권리를 지키고 학교 현장의 차별을 바꾸기 위해」라는 자막이 보인다.

🏅 시상식 거행

장날에서는 해마다 두 개의 상을 드리고 있습니다. 특별 공로상은 장교조가 걸어온 길에 함께해 주신 분께 조합원 모두의 이름으로 드리는 상이고, 장애인교육평등실천상은 장애인교원의 평등한 교육 참여에 이바지한 분을 선정해 드리는 상입니다.

먼저, 특별 공로상은 유금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에게 돌아갔습니다. 집회 현장에 설 때마다,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때마다 늘 먼저 와서 자리를 지켜 주신 분입니다. 장애인야학에서 배울 권리를 위해 싸우면서 장애인교원의 가르칠 권리를 자기 일처럼 함께 들어 주셨고,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는 장애인교원의 요구를 전국 시·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전달해 지부가 없는 지역까지 우리 목소리가 닿게 했습니다. 유 활동가는 "장애인평생교육법 개정에 4년을 쏟았는데 그 과정에서 늘 장교조와 함께였다"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함께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습니다.

▲ 특별 공로상을 받은 유금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육권위원회 간사와 김헌용 위원장.

장애인교육평등실천상은 오창준 전 경기도의원에게 수여되었습니다. 2023년 겨울, 장교조 소속 장애인교원 네 분이 경기도의회 의원실을 찾았는데요. 오 전 의원은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오 전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의 장애인교원 지원 예산 333억 원 가운데 실제 지원은 4천만 원뿐이고 나머지는 의무고용을 지키지 못해 낸 부담금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문제는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불이행이라는 이 지적은 지금도 장애인교원 운동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듬해에는 「경기도교육청 장애인교원 편의지원 조례」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경증 장애인교원까지 근로지원인 지원을 넓히고,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제도화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지원관 의무 지정을 조례에 담아냈습니다. 이 조례는 충남과 부산을 비롯한 다른 시·도 조례의 본보기가 되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1,200여 명의 경기 장애인교원이 그 힘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로 밝히고, 조례로 바꾸고, 현장과 함께한 4년이었습니다.

▲ 장애인교육평등실천상 수여 장면. 화면에는 오창준 전 경기도의원의 공적이 떠 있다.

오 전 의원은 수상 소감에서 2023년 11월 위원장과 경기지부장이 의원실을 찾아왔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뵙기 전에는 장애인 교원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인데, 만난 이후로 어려움을 알게 되고 많은 공감이 됐다"라며 "지금은 의원이 아니지만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오창준 전 경기도의원이 마이크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경품 추첨 행사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조합원 간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하여 경품 추첨을 빠르게 진행했는데요. 로또와 상품권 등 푸짐한 선물을 걸고 행운의 주인공 스물여섯 분을 뽑았습니다. 이번에는 조합원뿐 아니라 자리를 함께 빛내주신 중부대학교 연구진과 통역사님들까지 추첨 명단에 넣었는데요. 그만큼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 경품 추첨을 진행하는 모습. 휠체어를 이용하는 참석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 일곱 해, 그리고 여덟 번째 해를 향해

2019년 45명으로 시작한 장교조는 이제 약 225명의 조합원과 후원회원, 전남·서울·대전·경기·부산 5개 지부가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장날처럼 조합원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없다면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려운데요. 반가운 얼굴도 마주하고, 손님들의 귀한 말씀도 들으면서 '우리가 그래도 잘 가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무더운 날씨에도 먼 길을 달려와 주신 조합원과 후원회원 여러분, 자리를 빛내주신 외빈 여러분, 두 해째 연수를 함께 만들어 주신 중부대학교 연구진, 그리고 하루 종일 곁에서 말을 이어 주신 문자통역사·수어통역사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덟 번째 장날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날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교단에서 멋진 교사로 지내요!

사진 촬영: 중부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진

장교조에 제가 받은 상금 중 일부를 기부합니다

얼마 전, 과분하게도 한겨레에서 주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부상으로 상금이 들어왔는데요. 그중 100만 원을 장교조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후원금은 그동안 제가 장교조 활동을 통해 테크놀로지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된 점에 대한 감사 표현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집행부 선생님들이 노동조합 본연의 업무를 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하는 연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김헌용 위원장과 시상자가 무대 위에서 '대상' 판넬을 함께 들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 제11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시상식에서 시상자와 함께 대상 판넬을 든 김헌용 위원장

이 기회를 빌려 잠시 장교조와 테크놀로지의 연관성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쓰다 보니 길어지긴 했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ㅎ

저는 2021년부터 6년 동안 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요. 그러면서 테크놀로지로 해결한 문제가 크게는 두 가지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는 소통과 정보 접근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장교조는 처음부터 다양한 감각 장애가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 출발한 단체입니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소통과 자료 공유 및 보관 방식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위원장이 되자마자 첫해에 한 일이 그때까지 임원들 컴퓨터와 채팅방마다 흩어져 있던 자료를 Google 드라이브에 모으고 정리한 일이었습니다. 나아가 집행부 선생님들께 Google 드라이브를 웹에서 사용하지 말고 컴퓨터에 데스크톱용으로 설치하여 한글문서가 대부분인 내부 자료들을 이중으로 보관하지 않도록 권장했고, 폴더 및 파일 관리 규칙까지 만들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정리했습니다.

한편 초기부터 사용한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서비스로 문자통역도 있습니다. 문자통역은 청각 조합원들을 위한 편의로 시작했지만 머지않아 장교조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분명해졌습니다. 교육부와의 교섭 때마다 작성된 문자통역 속기록은 회의자료인 동시에 고스란히 장교조의 역사로 남았지요. 이렇게 정리해 온 공동의 자료는 이제 AI 시대를 맞아 귀중한 장교조만의 든든한 데이터베이스로 각종 업무에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다름 아닌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었는데요. 이제는 고맙게도 지부가 5개로 늘었고, 조합원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반대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업무 경력이 있는 선생님들은 이미 지부장으로 일하고 계시고, 일반 조합원 유입과는 달리 집행부 인력 유입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본부는 물론 지부도 한두 명이 노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맡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AI를 노동조합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축적한 자료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적극 도입하여 이제는 상당 부분 반복 업무를 자동화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30개가 넘는 스킬과 7개의 에이전트를 만들었는데요. 음성 파일 전사를 통한 회의록 작성부터, 단체 문자 발송, 단체 이메일 배포, 문서24 공문 발송, SNS 홍보, 재정 보고서 작성, 공문·보도자료 작성, Zoom 회의 예약, 구글 폼 작성, 연혁 업데이트 같은 일반적인 노동조합 업무를 포함해, 문자-수어 통역 신청, 법령 조사, 교육청별 인사관리기준 조사, 나이스 웹 접근성 검사 같은 우리 노동조합만의 고유 업무, 그리고 한글 문서 작성·편집과 같은 접근성 관련 작업까지 단순 프롬프트로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수많은 API를 직접 연결하고, 스크립트를 효율화하고 실제 노동조합 업무에 적용하면서 사용성을 검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컴퓨터뿐 아니라 공유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다른 임원 컴퓨터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정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저뿐 아니라 중앙집행위원회의 다른 임원들도 조금씩 제가 만든 스킬들을 사용하면서 업무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누구라도 행사나 이벤트 기획 같은 핵심 업무만 완료하면 보도자료 작성 -> 블로그 게시, 이메일 배포, SNS 게시로 이어지는 부수적 작업들은 바로 프롬프트 몇 번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동조합의 업무가 갑자기 두 배씩 빨라지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업무에는 단순한 기계적 컴퓨터 조작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지식과 실행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쪽에서 말하는 소위 '도메인 지식' 말이죠. 하지만 단순 잡무라 하더라도 다양한 장애 유형의 선생님들로 구성된 우리 노동조합 집행부에서는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노동조합이 업무 자동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AI가 집행부 임원을 아예 대체한다거나 모든 일을 자동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보다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업무 끝단의 반복되는 일들을 줄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상당한 자동화를 이룬 우리 노동조합에서도 테크놀로지는 부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테크놀로지가 지금보다 예측 가능하게 작동하여 집행부가 더욱 본연의 업무, 즉 조합원을 만나고 교육부 및 교육청과 교섭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는 조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요.

요즘 산업계에서는 주지하다시피 인공지능 중심 업무 재구조화, 일명 AX를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장교조는 트렌드가 아니라 순수하게 집행부의 필요에 의해 상당 수준의 AX를 달성했다고 자부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로 인한 업무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한 전환이었고 따라서 그 효과를 실제로 보고 있습니다.

다소 장황해지긴 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장교조와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언제 얘기할까 싶어서 간만에 길게 써 보았네요.

아무튼 앞으로도 장교조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업무 경감 방법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향후 몇 년 동안 장교조만의 전문성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어워드 시상식 무대 위에 수상자와 관계자 11명이 한 줄로 서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으며, 가운데 김헌용 위원장이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있다.

▲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시상식 무대 위 수상자·관계자 단체 기념 촬영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헌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