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장애인교원 지원 전담조직, 서울교육 4년 계획에 처음으로 담겼다

- 정근식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 결단을 환영한다 -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간한 「제24대 정근식교육감 공약추진위원회 활동 백서」의 공약실천계획(2026. 7.~2030. 6.)에 '장애인 교원 지원 전담조직 신설 및 접근성 보장'이 신규 세부사업으로 명시되었다. 교육청 자체 예산 98억 3천만 원, 2027~2028년 전담조직 신설, 2029년 이후 운영·안정화라는 일정과 예산이 교육청의 공식 4개년 계획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서울지부(이하 장교조 서울지부)는 이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결정의 의미는 세 가지다.

첫째, 당사자의 요구가 교육감의 공약이 되고, 다시 교육청의 공식 계획이 되었다.

장교조 서울지부는 2025년 두 차례의 교육감 간담회에서 전담조직 신설을 핵심 요구안으로 전달했고, 정근식 교육감은 2026년 선거에서 이를 장애인교원지원센터 공약으로 채택했다. 장애인교원 당사자의 요구가 교육감 공약에 그대로 담기는 일은 흔치 않으며,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결단이었다. 취임 후 교육청은 이 공약을 담당 부서가 작성하고 교육감에게 보고하는 공약실천계획에 일정과 예산을 갖춰 담았다. 요구가 약속이 되고, 약속이 행정 계획이 된 것이다.

2025년 4월 18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정근식 교육감과 박준범 장교조 서울지부장이 장애인교원 지원 제안서가 담긴 서류봉투를 함께 들고 있다.

▲ 2025년 4월 18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정근식 교육감과 박준범 장교조 서울지부장이 장애인교원 지원 제안서가 담긴 서류봉투를 함께 들고 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둘째, 장애인교원 지원을 '특수교육'이 아니라 '교육활동 보호'의 과제로 자리매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정하듯 특수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과 관련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이다. 장애인교원은 유·초·중·고와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이지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장애인교원에 관한 일을 특수교육의 몫으로 여겨 왔다. 공약실천계획이 이 과제를 교원 인사 담당 기능을 가진 부서가 주관하는 교육활동 보호 사업에 배치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근거로 삼은 것은, 장애인교원 지원이 시혜가 아니라 사용자인 교육청의 의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셋째, 기대효과를 '학교교육력 제고'로 명시했다.

장애인교원이 수업과 학급운영에 전념할 수 있을 때 그 교원에게 배우는 학생들의 교육권이 함께 보장된다. 백서가 내건 "모두를 위한 기본교육"에서 '모두'에는 가르치는 사람도 포함된다는 것을 교육청이 보여준 것이다.

이 변화는 저절로 오지 않았다. 2020년 교육부 단체교섭에서부터 제기한 요구를 2022년 서울지부 설립 이후 줄곧 이어 왔고, 2024년과 2026년 두 차례 선거의 장애인연대 정책 제안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함께해 준 연대 단체들, 장애인교원을 직접 만난 정근식 교육감, 현장의 요구를 계획으로 옮긴 교육청 관계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2025년 10월 15일 「2025년 하반기 서울시교육감-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간담회」 참석자들이 현수막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2025년 10월 15일 「2025년 하반기 서울시교육감-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간담회」 참석자들이 현수막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이 결정이 왜 중요한지는 현장을 보면 분명하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장애인교원은 850여 명으로, 시각·청각·지체·뇌병변 등 장애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 그런데 백서가 밝히듯 현재 장애인교원 관련 업무는 장애인고용부담금, 청각장애인교원 통역 지원, 장애인교원 업무지원인력 운영 정도이며, 그마저 유아·초등·중등교육과에 흩어져 있고 이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다. 교육부 「장애인교원 인사관리 안내서」도 시도교육청 담당자의 업무를 편의지원 계획 수립, 인사관리, 편의제공, 고충상담으로 정리하고 있다. 장애인교원은 필요한 지원의 종류에 따라 다른 부서, 다른 절차를 거쳐야 했고, 어떤 지원이 있는지 학교와 교원 모두 알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지원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애인교원이 교육에 전념하려면 보조공학기기, 대체자료, 연수 편의지원, 물리적 환경 지원 등 여러 지원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책임지고 만들 부서가 없어 지원은 인력과 통역에 머물렀고, 그마저도 당사자의 오랜 요구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사자와 학교가 새로운 지원을 문의하고 요청할 창구도 없었다. 전담조직은 이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이다.

2025년 4월 18일 간담회에서 정근식 교육감과 장애인교원들이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수어·문자통역과 점자단말기를 활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025년 4월 18일 간담회에서 정근식 교육감과 장애인교원들이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수어·문자통역과 점자단말기를 활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이제 전담조직의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가 남았다. 지금의 세 사업을 한 부서로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정근식 교육감이 후보 시절 장애인교육권연대 제안에 대한 답변서에서 약속한 내용이 전담조직의 기능으로 자리 잡기를 제안한다.

첫째, 편의지원의 총괄이다. 매년 수요조사를 통한 연간 지원계획 수립, 장애인교원 업무지원인력 및 문자·수어통역 지원, 보조공학기기 지원, 교수·학습 자료의 대체자료 제작 지원 등을 맡는 것이다.

둘째, 교육활동 보호와 고충상담이다. 장애를 이용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하는 보호 계획, 전보·업무분장·승진에서의 균형인사 기준 수립과 관련 사안의 조정, 장애인교원 맞춤 고충상담 창구, 교권보호위원회와 고충처리위원회의 장애인 위원 참여 지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접근성 점검이다. 교육 플랫폼, 교육청 배포 자료, 교육 관련 기관의 물리적 환경 등을 당사자가 참여해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넷째, 성장 지원과 소통이다. 연수 편의지원, 신규·저경력 장애인교원 멘토링, 맞춤형 연수와 장애인교원 지원단 운영, 학교 관리자와 교원의 인식개선, 당사자 정례 협의 등이 그것이다. 이를 책임질 전담 장학사가 배치되고 조직의 장이 법정 장애인지원관으로 지정된다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정한 교육청의 역할도 한 곳에서 실현된다.

2026년 4월 1일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에서 박준범 서울지부장(오른쪽 끝)이 교사 대표로 학생 대표들과 함께 개청 버튼을 누르고 있다.

▲ 2026년 4월 1일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에서 박준범 서울지부장(오른쪽 끝)이 교사 대표로 학생 대표들과 함께 개청 버튼을 누르고 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이 조직이 제 몫을 하려면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교원 당사자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어떤 지원이 실제로 필요한지, 어떤 절차가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백서가 정한 대로 올해 하반기 부서별 업무 검토가 시작되면, 그 첫 회의부터 장애인교원이 함께 앉기를 요청한다. 교육청이 문을 연 만큼 장교조 서울지부는 850여 명 당사자의 경험을 모아 그 안을 채우는 일에 적극 협력하겠다.

2026년 9월 17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성명] 수능 서·논술형 논의,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의 권리부터 보장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교육의 혁신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교원이 그 생각을 읽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은 수능 개편 논의에서 장애학생의 공정한 응시권과 장애인교원의 수업·평가 참여권을 보장할 구체적인 조건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수능 서·논술형 도입은 아직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8월 특정 문항 비중을 검토한다는 보도를 반박했고, 9월 7일에는 개별 의제의 국가교육발전계획 포함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유출 초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도의 틀이 정해진 뒤 편의지원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배제를 막기 어렵다. 도입 여부와 방식을 논의하는 지금부터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의 참여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국교위 8월 설명자료, 9월 7일 설명자료)

정당한 편의제공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제11조와 제14조에서 각각 고용과 교육 영역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학생의 역량이 드러날 평가 환경과 교원이 동등하게 수업·평가를 수행할 노동 조건을 마련하는 일은 교육 당국의 책무다.

시험을 준비하는 교실에서부터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학생이 자신의 관점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려면, 이를 배우고 연습할 기회부터 보장해야 한다. 장애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교재와 수업, 글을 쓰고 개별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학교 안에 갖추어져야 한다. 평가 준비를 학생과 가정의 개별 부담으로 남겨 두지 않도록, 공교육이 수업과 평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애유형과 학생의 언어·학습 경험에 따른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수어를 주된 언어로 사용하는 농학생에게는 수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고려한 글쓰기 지도와 의사소통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어로 글을 표현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사고력의 부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적장애를 비롯한 발달장애학생의 다양한 학습 목표와 표현 방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입 평가의 변화가 특수교육의 목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살피고, 특정한 답안 작성 방식 때문에 학생의 배움과 진학 기회가 좁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를 읽는 것과 답안을 완성하는 것은 다르다

현행 수능에도 시험시간 연장 등 편의지원이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답안을 구상하고 작성·수정하여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화면낭독기로 긴 지문과 답안을 오가며 문단을 고치는 과정, 상지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학생이 장시간 글을 쓰거나 입력하는 과정에는 서로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 초안을 작성할 공간부터 답안을 검토할 수단까지 갖추었는지 살펴야 한다. 기존 시간 연장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으로 새 평가 방식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교원도 평가의 주체다. 수능 개편을 검토한다면 학교의 수업과 평가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학생의 손글씨 답안을 읽고 채점하는 일, 토론과 발표를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일에 필요한 정보 접근과 의사소통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원을 평가 업무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읽기·입력 등 접근을 지원하는 인력과 교과적 판단을 내리는 교원의 역할을 구분하고, 교원이 평가의 책임을 다할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장교조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장애학생이 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학습 지원을 책임지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이에 맞는 편의지원 기준을 마련하라. 접근 가능한 학습자료와 장애 특성을 고려한 글쓰기 지도·피드백을 제공하고, 생각을 구상해 답안을 작성·수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작성 수단을 보장하라.

둘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장애인교원이 서·논술형 수업과 평가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접근 가능한 교원 연수와 수업·평가 자료를 제공하라. 학생의 글쓰기를 지도하고 답안을 읽으며 수업 중 활동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인력의 고용과 배치를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 장애인교원이 지도와 평가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라.

셋째,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는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을 평가제도 설계의 주체로 참여시켜라. 제도를 정한 뒤 의견을 묻는 데 그치지 말고, 당사자가 직접 응시하고 수업과 평가를 수행하는 시범운영으로 편의지원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그 결과를 도입 여부와 방식에 반영하라.

이러한 권리 보장은 미래의 수능 개편까지 미룰 과제가 아니다. 현재의 학교에서 이뤄지는 평가와 대학별 논술·면접에서도 필요한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장애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장애인교원이 교육과 평가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공정한 평가다. 장교조는 장애를 이유로 배움과 가르침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교육공동체와 함께 행동할 것이다.

2026년 9월 16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성명] 시각장애인 교과서 접근권 보장의 첫걸음을 환영하며,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

[성 명]

시각장애인 교과서 접근권 보장의 첫걸음을 환영하며,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


오늘(2026년 3월 31일), 시각장애인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의 적시 제작·보급 의무와 디지털 파일 납본 의무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안번호 2217886)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은 이번 법 개정이 시각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역사적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이를 환영하며, 동시에 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후속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헌법소원이 입법을 이끌어냈다

이번 입법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장교조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공익법센터 동천과 함께 2025년 7월 TF를 구성하여 시각장애 학생·교원의 대체교과서 미보급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였고, 같은 해 11월 12일 김시온 외 16명의 청구인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2025헌마1551)하였다. 2026년 2월 10일 헌법재판소 제2지정재판부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하였으며, 이는 대체자료 적시 제공 의무 미이행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헌법재판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법안의 씨앗은 2024년 11월, 장교조의 요청을 받아 백승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었다. 대체자료의 적시 제공 의무화와 디지털 파일 납본 의무화라는 핵심 골격을 처음으로 법안에 담아낸 백승아 의원실의 역할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교과용도서 제작 시 국가수준 표준 마련과 출판주체의 시각장애인용 파일 제출 의무화를 교육부에 권고하였다(의결 제2024-703호). 나아가 2026년 3월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시각장애인 학생·교원의 교과용 도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를 발간하여 정부에 장기 로드맵 수립을 촉구하였다. 이 같은 다방면의 노력이 이번 입법의 토대가 되었다.

장애인의 교과서 접근권이 법률로 보장된 권리가 되었다

이번에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4항은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에게 장애인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가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학기 시작 전 적시에" 제작·보급되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는 점자법 제12조가 점자 교과서의 제작·보급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적시 보급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규정이 없어 행정 재량에 의존해 온 대체자료 제작·보급 체계에 초·중등교육법 차원의 명시적인 의무를 부여한 최초의 입법이다.

아울러 제5항은 교과용 도서의 발행·제작자에게 디지털 파일을 3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하는 납본 의무를 신설하여, 대체자료 제작의 물리적 걸림돌인 원본 파일 확보 문제의 제도적 해소를 도모하였다. 장애인의 교과서 접근권이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법률로 보장된 권리임을 선언한 점에서, 이번 개정의 상징적·실질적 의의는 크다.

그러나 법 조문만으로는 교실에 교과서가 도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교조는 이번 법 개정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디지털 파일 납본 의무가 신설되었으나, 그것만으로 교과서의 적시 보급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이번 개정안은 출판사가 교과서 원본 파일을 30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위법이 되도록 하였다. 그런데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시각장애인 학생·교원의 교과용 도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현안분석 제402호, 2026.3.26.)에 따르면, 현재도 발행자는 이미 10일에서 30일 이내에 파일을 제출하고 있다. 즉, 30일이라는 기한 자체는 현행 관행을 추인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진정한 병목은 파일을 받은 뒤 이를 점자로 변환하고, 교정하고, 인쇄하여 보급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제작 과정에 있다.

여기에 더해, 납본 예외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라는 포괄적 위임으로 규정한 점은 우려스럽다. 출판사가 정당한 사유를 넓게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면, 납본 의무 자체가 형해화될 위험이 있다.

둘째, 시각장애 교원을 위한 교사용 교과서와 지도서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현행 법상 "교과용 도서"에는 학생용 교과서뿐 아니라 교사용 지도서도 포함되며, 점자법 제12조 역시 교육부장관에게 시각장애인 교원의 교과용 도서를 점자로 제작·보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교사용 점자 교과서는 학생용과 별도로 제작되지 않아, 시각장애 교원은 학생 수준에 맞추어 제작된 점자 교과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중학교 영어의 경우 점자 교과서가 약자를 사용하지 않는 1급 점자로 제작되어, 성인 교사가 읽기에는 분량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교사용 지도서 역시 학생용 교과서 제작의 후순위로 밀려 학기가 시작된 뒤에도 한 권도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사와 학생은 교과용 도서의 제작 방식과 필요 시기가 엄연히 다름에도,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획일화하여 운영하는 현행 체계로는 교원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어렵다.

셋째, 백승아 의원 원안에 있던 "대체자료"라는 용어가 삭제되고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었다. "대체자료"라는 명칭이 교과용 도서의 법적 지위를 단순한 '자료'로 격하시킬 수 있다는 심사 과정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기존 용어를 삭제하면서 이를 대신할 명확한 개념 정의 없이 "점자 등"이라는 열거적 표현에 머무른 것은 문제다. 대체자료는 점자 외에도 확대교과서, 전자점자(DAISY), 음성교과서 등 다양한 형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의 없는 용어의 공백은 향후 대통령령 제정이나 행정 집행 과정에서 정책의 선명성을 약화시키고, 지원 범위를 둘러싼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실효성을 위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

장교조는 이번 법 개정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해, 다음의 후속 조치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라. 현행 대통령령에는 대체자료 제작이나 디지털 파일 납본에 관한 조항이 전무하다. 제29조 제5항과 제6항에서 위임한 디지털 파일의 제출 형식·절차,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되, 납본 예외 사유는 최소한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둘째, 검인정 교과서 편찬기준·검정기준에 접근성 요건을 포함하라. 교과서 편찬 단계부터 점역 가능한 구조화된 디지털 파일(XML, EPUB 등) 제출을 의무화하고, 수식·도표·그래프의 대체 텍스트 작성 기준(KS X 1967)을 편찬기준에 반영하라. 파일 제출 이후의 점역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려면, 편찬 단계에서의 접근성 설계가 필수적이다.

셋째, 국정교과서는 대체자료를 병행 제작하도록 의무화하라.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직접 편찬하므로, 원본 제작과 동시에 대체자료를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편찬 위탁 계약에 점역용 디지털 파일 제출 조건을 포함하고, 교과서 편찬 일정에 대체자료 제작 기간을 사전 반영하라.

넷째, 교사용 교과서·지도서의 제작 체계를 학생용과 분리하라. 교사의 전문성에 부합하는 수준의 점자 교과서와 지도서를 학생용과 별도로 제작하고, 학기 시작 전까지 보급이 완료되도록 독립적인 제작 일정과 전담 예산을 확보하라. 아울러 전자 지도서의 화면낭독기 호환성 등 접근성 기준도 함께 수립해야 한다.

헌법소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장교조는 이번 법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헌법소원 심리의 지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법이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수십 년간 누적된 대체자료 미보급의 위헌적 상태가 법 조문 하나로 즉시 해소되지는 않는다. 2025년에도 시각장애 학생용 대체자료 5,437부 중 47.1%가 분권 형태로 보급된 현실,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조차 기한 내 이행되지 않은 현실은, 법 개정 이후에도 정부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할 사법적 감시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장교조는 시각장애인 학생과 교원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과서에 접근하는 날까지, 입법·사법·행정 모든 영역에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법 개정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되려면, 법의 문자가 아니라 법의 정신이 현장에 도달해야 한다. 우리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6년 3월 31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성명서] 새 정부는 7대 포용적 교원정책 즉각 이행으로 장애인교원 차별을 근절하고, 모두를 위한 미래 교육을 실현하라!

AI 음성으로 듣기 - ElevenLabs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자 이 자리에 섰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설립 이래 장애인교원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수많은 차별과 장벽을 넘어, 모든 교원이 동등한 주체로 존중받고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우리의 노력은 단순히 장애인교원 개인의 권익을 넘어,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더 정의롭고 풍요로운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우리는 과거의 불평등과 배제의 관행을 끊어내고, 진정으로 포용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역사적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법정 의무고용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장애인교원 임용률, 교육활동 전반에 걸친 정당한 편의와 지원 부족, 그리고 학교 현장에 만연한 구조적 차별과 편견은 장애인교원들의 교육 열정을 꺾고, 학생들의 다양성 경험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이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국가가 책임지고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이에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지난 5월 6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으로 「포용적 교원 정책 7대 핵심 제안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래 교육을 위한 7대 포용적 교원 정책>


1. 임용 혁신: 차별 없는 교원 양성 과정과 임용 시스템을 구축하여, 장애인교원 선발을 확대하고 교직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2. 근무환경 개선: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유니버설 디자인 기반의 물리적·정보적 접근성을 완벽히 보장한다.

3. 권리 보장 및 역량 강화: (가칭)「장애인교원지원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교원의 법적 권리를 명확히 하고,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한다.

4. 컨트롤타워 구축: 교육부 내 장애인교원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 및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여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담보한다.

5.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부처 및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장애인교원 지원 정책의 시너지를 창출한다.

6. 노조 협력 강화: 장교조를 실질적인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안정적인 노조 활동 보장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한다.

7. 인식·문화 개선: 모든 학교 구성원의 장애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상호 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포용적 학교 문화를 국가 책임으로 정착시킨다.


이 7대 정책은 단순히 장애인교원에 대한 시혜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교원이 동등한 교육 전문가로서 자긍심을 갖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가장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다. 이는 모든 학생이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선결 조건이며, 대한민국 교육의 체질 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우리는 새 정부가 이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교사가 장애로 인해 배제되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데 교육계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교사가 차별받고 배제되는 학교에서 올바른 인성과 민주시민 역량을 갖춘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 정부는 대한민국 교육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바란다. 장애인교원의 완전한 통합은 교육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포용성을 한층 높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좌절과 한숨이 아닌, 희망과 연대로 가득 찬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새 정부는 우리의 진정성 있는 요구에 즉각 화답하여, 7대 포용적 교원정책을 국정과제에 반영하고 책임 있는 이행 계획을 수립하라.


모든 교원이 존중받고, 모든 학생이 행복한 학교, 차별 없는 포용 대한민국을 향한 대장정에 새 정부가 용기 있게 동참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2025년 5월 20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